개인적으로 건축물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다.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서점을 가면 꼭 보는 것이 건축 잡지였다. 교양 수업이라 많은 것을 배우진 못했지만, 대학에서 건축과 관련된 수업도 들었다. 또, 유럽 여행을 가게 된 동기도 결국 '건축물'이었다. '건축물'을 그렇게 좋아했는데...정말 인생 진로를 너무 잘 못 잡았다. 사족은 이 정도로 하자. 우린 '제주패스'를 이용한 가족 여행으로 '서귀포 유람선'을 타고 온 후에 잠시 쉴 겸 카페 '오알'을 찾았다. 당연히 카페 '오알'도 '제주패스'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간 것이다. 아무 기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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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일상여행]가족 여행이라면 서귀포 유람선 어떠세요
실수로 중국집에 들어갈 수 있어요
네비의 오류인지, 사업자의 주소 등록의 오류인지 몰라도 목적지가 카페 앞에 위치한 중국집으로 안내되었다. 들어가는 입구도 착각하기 쉽게 되어 있어 처음 오는 사람들은 중국집을 들렸다가 오기 쉬워 보였다. '태평로'를 내려오다 우측으로 들어올 때 언덕을 올라와야 된다고 알고 있으면 어렵지 않을 듯 싶다.
노출 콘크리트, 스틸 그리고 사각형
카페 '오알'의 1층 공간은 건축공법과 실내 디자인이 함께 잘 어울어져 있었다. 일단 그것부터 나에게는 '통일감'으로 다가왔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줬다. 일부 건축물들이 너무 많은 건축 요소, 디자인 요소를 한 공간 안에 넣으려고 해서 '번잡스러움'에서 오는 '피곤함'을 불러일이키는데 '오알'은 그런 것이 없었다. 테이블과 의자, 액자 그리고 야외로 나가는 '디딤석'까지 모두 '사각', '사각' 했다.
또, 모든게 노출 콘크리트로만 되어 있다면 실내 분위기를 어둡게 가져갈 수 있는데 적절하게 사용한 스틸 소재와 스틸 조형물 덕분에 공간은 시원한 느낌이 부각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통일성과 차갑게 느껴지는 소재들의 단점을 덮어주는 것이 바로 '자연광'이었다. 육지와는 다른 제주도 남쪽의 따뜻하고 청명한 햇살은 실내에 따뜻한 기운을 가득채웠다. 건물의 배치를 고려하여 만든 창문의 위치와 내부 이용자를 배려한 창문의 크기는 넓은 공간에 따스함으로 채우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또 다른 공간으로
1층, 복층 공간이 카페의 모든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잘못된 계산이었다. 당연히 2층은 옆 건물과 같이 숙소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전경을 보니 왜 그렇게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을 가다가 발견한 2층 계단은 아주 좋았다. 우선 천정은 카페 곳곳에 포인트가 되는 색상과 동일하게 꾸몄는데 이 에메랄드 푸른 빛이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바다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 올라가는데 내려가는 느낌. 시원한 바다 속으로. 그렇게 공간이 전환되는 것 같았다.
또, 요즘 워낙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기법이지만, 거울을 이용한 공간의 확장은 이곳에 딱 맞는 정말 기분 좋은 효과였다. 그 확장이 이어짐으로 느껴졌고, 그렇게 들어선 2층은 또 다시 사각, 사각 했다. 하지만, 2층은 낮아진 천장 높이로 인해 넓은 유리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어둡게 느껴졌다. 2층도 천정을 노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층 루프탑에서 펼쳐지는 수평선
루프탑은 또 다시 복층의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진정한 '수평선'을 마주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실내에서 수직으로 꾸며지고 구획진 것에 지쳤다면 루프탑으로 올라오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 '수평선'은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공간은 정말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루프탑에는 이 공간 외에도 메인 공간이라 할 만한 곳이 있는데 그곳은 이미 셋이서 놀러온 아이들이 매번 컨셉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있어 다가갈 수 없었다. 다음에 오면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이 루프탑에서 사진을 찍어야지. 그럴 공간으로 남겨두고 내려왔다.
아마 카페의 주인이 광고 혹은 홍보를 위해 '제주패스'에 들어왔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고마웠다. 저렴하고 맘 편히 건축물을 즐기다 갈 수 있어서. 이 곳은 역시나 다음에 또 찾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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